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오긴 했다. 둘의 귀가를 반기듯 불을 밝히는 현관을 지나, 어색하게 뚝딱거리며 안으로 들어섰다. 같은 방향의 팔다리를 함께 움직여 걷고 있는 지민이 화장실을 선점했다. 나 먼저 씻을게. 화장실로 들어가며 말한다. 문을 닫고서 깨달았다. 먼저 씻는다는 말이 이렇게 야한 거였던가? 되게 뭐 있는 거 같다. 발그레하게 열이 올라오는 볼을...
✨소년의 빛✨ w. 쿠킹 온종일 박지민과는 냉전 상태였다. 예상 외로 아까 그 두 놈은 내게 더 덤벼들지 않았고, 나도 수업 내내 엎드려 잠만 잤다. 이젠 포기한 건지 선생들도 나를 그러려니 내버려 두기 시작한다. 별종 보듯 던지던 반 녀석들의 시선도 흥미가 시들해졌다. 학교 끝날 시간에 맞춰 교문 앞에 서있는 차를 피해 오늘도 역시나 담을 넘었다. 친구 ...
✨소년의 빛✨ w. 쿠킹 몸을 흔들어 깨우는 느낌에 눈을 떴다. 간신히 눈꺼풀을 들어 올리고 눈깔을 데구르르 굴렸다. 침도 좀 흘린 거 같아 입가를 손등으로 문질렀다. 나를 바라보는 박지민과 눈이 마주친다. 정확히는 멍청한 표정을 하고 있는 김태형과. 아, 존나 놀랐네. 벌써 삼 일째 보는 내 얼굴인데 아직도 섬찟하다. 유체이탈 한 줄 알았다. 팔에 얼굴을...
자고 일어나면 무언가 달라져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는 정말로 기대에서 그쳤다. 먼저 일어나 눈을 비비고 있는 내 얼굴을 보는 순간 시발,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 나온다. 박지민은 놓치지 않고 경고를 날렸다. 태형아 욕은 안 돼. 이런 상황에서도 참 이성적인 놈이다. 띵띵 부은 얼굴을 문지르며 알겠다고... 다 죽어가는 목소릴 냈다. 기다리기 귀찮으니 그냥 ...
아 날씨 더-럽게 좋네. 죽기 딱 좋은 날이다. 물고 있던 담배를 촌스러운 초록색 옥상 바닥에 지져 껐다. 고무가 다 까져 안에 전선이 튀어나오기 직전인 이어폰을 귀에서 잡아 뺐다. 수업도 안 듣는데 학교는 뭘 꾸역꾸역 처나온 건지. 졸업장만이라도 떼자 태형아. 내 손을 잡고 사정하다시피 말했던 담임이 생각난다. 쌤, 졸업장 딴다고 지하 뚫고 내려갈 엠생인...
안녕하세요 쿠킹입니다. 내일은 헬요일이네요... 사실 저는 의도치 않게 시간이 굉장히 많이 생겨버렸어요. 물론 한시적인 방학일 뿐입니다 ㅠㅠ 알차게 쉬어보려고 드라마 정주행도 시작하고 책도 새로 시작했는데... 쉬는 것도 해본 놈이 할 줄 안다고, 막상 쉬려니 이도 저도 아닌 느낌. 허송세월 보내고 있는 고런 너낌.. 그래도 세상이 달라 보이는 걸 보면 그...
동영상 길게 터치하고 연속재생 버튼을 꼭! 눌러주세요(´▽`ʃ♡ƪ) "엄마." "어." "나는 아빠가 누구야?" 아마도, 여덟살 즈음 물었던 질문이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있던 식탁 위로 오갈 주제는 아니었다. 턱을 괴고 생선 살을 발라내고 있던 엄마가 젓가락으로 접시를 톡톡 두드린다. 으음. 시큰둥한 얼굴로 입술을 쭉 빼며 의미 모를 소리를 낸다. 누구냐...
지민의 개인 스튜디오는 사무실 바로 위, 3층이라고 했다. 일러준 시간보다 십오분쯤 일찍 도착했다. 굳게 닫혀있는 흰색 문을 지나 한 층 더 올라간다. 길지 않은 복도를 조금 걸어가니 검게 도색된 문이 반쯤 열려 있다. 아래와 같이 Serendipity라 쓰여 있는 작은 판이 문 옆에 붙어있었다. 문 사이로 슬쩍 고개를 집어 넣었다. 회색 스트라이프 니트에...
전화를 끊자마자 준비하고 집을 나왔다. 머리도 다 말리지 못 한 상태였다. 급히 택시를 잡아 타 지민의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 생일이라니까. 빈 손은 좀 아닌 거 같아 근처 카페로 들어간다. 사무실만 늘어서 있는 골목에 유일하게 자리한 개인 카페였다. 디저트가 진열되어 있는 쇼케이스를 들여다본다. 남은 건 초코케이크와 당근케이크뿐이었다. 한참을 고심했다. ...
"정국아, 진짜 좋은 기회니까. 실수하지 말고. 어?" "알겠다니까요." 이로써 서른두 번째. 매니저 형은 좋은 기회라는 말만 무한 반복 중이다.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거리를 보며 성의 없이 답한다. 한두 번 말해야지. 내가 어린애도 아니고. 창밖으로 분주히 걸어가는 사람들을 눈으로 좇는다. 건조한 입술을 매만졌다. 주머니를 더듬어 립밤을 꺼내 발랐다. 그...
빛을 만나기 전까지는 밤이 어둡게 느껴지지 않았다. 밤의 그림자에 숨어 하루하루 연명할 때조차도. 태형은 창으로 들어오던 해가 완전히 자취를 감출 때까지 거실에서 자리를 지켰다. 불 꺼진 집. 완전한 어둠이 찾아올 때까지 고개를 처박은 채 지민을 기다렸다. 아무리, 아무리 기다려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도 두 눈은 어둠에 익숙해지지 않았다. 이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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